코정맥은 뇌의 해수면 정맥동으로 직접 연결되는 구조가 아니라 코의 염증과 감염이 뇌로 전파되기 쉽고, 이로 인한 해수면 정맥동 혈전증은 생명을 위협할 만큼 중한 질환이다 이런 이유로 안면 위험 삼각형은 함부로 만지지 말아야 한다
눈, 코, 입, 귀는 모두 얼굴에 위치해 각각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동시에 뇌와 가까이 위치해 신경을 통해 뇌와 긴밀하게 정보를 주고받는다. ‘눈’은 각막, 홍채, 수정체, 망막, 시신경의 복잡한 구조로 구성돼 있으면서도 눈꺼풀 하나로 덮여 있어 얼핏 봐도 세심한 취급과 보호가 필요해 보인다. ‘귀’는 아주 얇은 고막을 기준으로 그 안쪽에는 이소골, 세방고리관(평형담당), 달팽이관(청각담당) 등 매우 복잡하고 중요한 기관들이 밀집해 있기 때문에 역시 함부로 만지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물론 귀지를 캐기 위해 귓구멍에 쉽게 닿는 경우도 많지만 고막을 조금 잘못 만져도 통증이 생기기 때문에 스스로 조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덕분에 귀를 파서 중이염으로 고생한 사람들이 아니더라도 보통의 경우 함부로 귀를 만지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에 비해 ‘입’은 온갖 자극적인 음식을 넣어도 잘 버틸 정도로 외부 자극에 강하고 간혹 음식을 먹고 혀나 볼 안쪽의 고기를 잘못 물어 피가 나도 아주 빨리 회복될수록 회복 속도까지 빠른 특징이 있다. 이는 구강과 혀는 다른 부위에 비해 매우 혈류량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비록 구내염 등 다양한 궤양성 염증 질환이 자주 발생하지만 그것이 심각한 감염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한편 코는 어떨까? 귀나 눈처럼 그 구조가 복잡해 보이지도 않고 온갖 자극적인 향에 노출되어도 별 문제가 없기 때문에 입처럼 강한 기관이라고 생각하면 되는가? 코도 혈류량이 굉장히 풍부해서 회복 속도도 빠르고 상처받아도 별 문제 없지 않을까? 코 여드름도 볼에 난 여드름처럼 편하게 짜도 될까? 나가서 보기 싫은 코털 뽑으면 끝인가? 이런 생각과 달리 코는 다른 어떤 부위보다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기관이다.
이는 코 부위 정맥혈이 안면 정맥이나 안정맥을 통해 뇌의 해수면 정맥동으로 직접 연결되는 특징을 갖고 있어 코 감염은 뇌와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콧피부(바깥피부, 콧구멍 안쪽 점막 모두) 감염은 뇌의 해수면 정맥동으로 퍼지기 쉬울 뿐만 아니라 감염 과정에서 생긴 혈전(껍질 붙기) 또한 뇌의 해수면 정맥동으로 전파되기 쉽다. 이로 인해 발생한 혈전증을 해면정맥동혈전증(CST)이라고 하는데, 매우 드물지만 그 위험성은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한 질환이다. CST는 심한 두통과 안면감각 저하, 시력저하, 안구돌출, 고열, 혼수, 발작 등을 동반하는데 뇌신경에 영향을 미쳐 뇌수막염, 뇌농양, 실명, 뇌졸중, 하수체기능저하증을 유발할 수 있다. 문제는 이처럼 심각한 질환이 코 주변의 붓기, 부비강염, 코털을 빼는 과정에서 생긴 염증 등 대수롭지 않게 보이는 안면 감염으로 인해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안면위험삼각 (The Danger Triangle)
이러한 이유로 코가 위치한 삼각형 부위(입술 양쪽 끝에서 양쪽 눈썹의 중점인 미간을 연결하는 삼각형)를 안면위험삼각(The Danger Triangle)이라고 표현하는데 마치 버뮤다 삼각지대에 함부로 들어가면 안 되는 것처럼 함부로 만지지 말아야 할 부위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안면위험삼각 감염은 비록 대수롭지 않아 보이더라도 코, 눈, 이마 주변 감염은 항상 심각하게 생각하고 미리 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코털을 뽑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코의 이러한 해부학적 특징에도 불구하고 안면위험 삼각의 중요성을 모르는 경우가 매우 많다.그래서 코 주위에 생긴 여드름을 쉽게 짜거나, 코털을 함부로 뽑거나, 코 안쪽의 여드름을 쉽게 하기도 하지만 반드시 삼가야 할 행동이다.물론 이런 행위가 한번에 심각한 감염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경우도 매우 많았을 것이다.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염에 매우 취약으로 잠재적 위험이 큰 부위를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만질 필요가 있을까.코 근처에 생긴 부스럼에는 언급하지 않는 것이 득책, 코털은 뽑기보다 길때마다 자른 편이 좋다.또 코 주위에 반복적 염증이 생기는데도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사춘기 호르몬의 변화가 원인인 경우도 있지만 스트레스에 의해서 안면 부위의 혈류 순환과 열 순환이 떨어지고 발생하는 경우도 매우 많다.이 경우 이미 생긴 여드름을 자꾸 만지보다, 여드름이 생긴 원인을 조사하고 몸 안에서 다가가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글/한의학 박사 고·창희(원주 남부 한방 의원)